조상들이 사용해 온 각종 제기 그리고 세간 살림살이의재료는 신분에 따라 또 생업과 가업에 따라 다양한 편차를 나타낸다 . 상아나 화각은 동물의 뿔을 사용한 예로서 호패며 자, 경대와 아름다운 반짇고리 등을 만들었다. 그리고 조상의 혼령을 모시는 제사야말로 가세와 신분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목기제기는 물론 자기와 놋그릇 등을 사용하였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한 그릇 중에, 매화꽃을 그린 흰 주전자, 그리고 자라등을 형상화한 강판 등과 같은 부엌그릇 살림살이에는 당대 조상들이 추구하고자 한 삶의 지향이 담겨 있다. 매화의 절개, 자라를 통한 장수와 건강을 향한 바램, 그리고 백자와 청자의 고결함을 추구하는 마음이 곧 그것이었다. 이처럼 생활용 물품의 기능과 용도, 재료에 따라 자유자재로이 변용 형상화시킨 부엌 세간에서부터 의식주 생활용물, 그리고 문방사우의 붓?먹?벼루?연적에는 실용성과 더불어 단순미, 절제미를 볼 수 있다. 특히 산수를 형상화한 풍경 속에 자리한 외로운 집 한 채는, 선비의 무소유와 절제된 생활을 읽게 한다. 또 나무장의 연결 기능과 미를 결합시키는 장석의 도철무늬는 벽사의 기능을 담고 있다. 더불어 파초무늬를 아로 새긴 복숭아 형상이 발견되는데, 이를 볼 때 조선시대 선비들의 일상이 그리 단순한 학문연마만은 아니었음을 헤아리게 한다.

혼례복 중에서 활옷 , 원삼의 대례복은, 본디 궁중에서 왕비를 위한 예복이었다. 다만 혼례 시에만 일반 백성에게 착용하도록 허락한 것이었다. 혼례복 녹의홍상 연두저고리?붉은치마는 신혼 초 신부가 시가에서 입는 예복이다. 현훈이라 하여 신랑가에서 신부가에 청혼예물로 보낸 옷감으로 짓기 마련이었다.

하늘과 땅, 곧 음양의 조화를 뜻한다. 이러한 신부의 옷차림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노리개 삼작, 도투락, 그리고 운혜에는 음양의 조화는 물론 조상신의 돌봄 곧 사랑이 담겨 있다. 그리고 祖先의 陰德이 부디 후손에게 미치도록 보살펴 주십사 정성을 바치는 폐백례, 그리고 신랑의 정절을 북향재배하며 기러기를 바치는 전안례는 조상님 곧 하늘에 맹서하는 전안례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 한국 전통혼례의 특징이다. 혼례라 하면, 먼저 떠오르는 한 쌍의 기러기. 이는, 한번 인연을 맺으면 그 짝과 백년해로를 한다.

신혼금침과 베갯모, 때로는 신방의 가구 장식에도 연꽃 사이에 노니는 원앙새를 발견하게 된다. 이 역시 혼인 대례에 앞서 신랑이 북쪽 하늘에 절하며 올린 전안례의 기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편, 조상숭배의 염원을 담은 皿器와 태항아리 그리고 묘지명은 한국인의 영적 세계를 보여준다. 이들은 사후세계에서도 이승에서와 같은 생활이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후손을 조상과 연결시키는 것이 곧 胎라는 관념에서 비롯된 ‘태신앙’의 소산이기도 하다. 이러한 태신앙은 한국 고유의 조상숭배의 한 징표라 하겠다. 그리고 혼례 전안례의 기러기 또한 조상신을 형상화한 새의 변형이다. 이는 오늘날까지도 여러 혼수물에 원앙새로 표현되어 후손 부부의 금슬을 돕고 자손 번성을 돕는다.

음양의 천지기운이 서로 화합하여 돌아가는 기운은 기하학적 무늬를 이룬다 . 이들 기운이 몸을 감싸고 돌아가는 형상에 따라 조선인 은 여러 무늬를 그려 내었다 . 그들은 태극문양을 비롯하여 卍자문, 거북문, 구름무늬, 雷紋, 박쥐문 등을 다양하게 그렸다. 그리고 이를 생활민속물에 구사해 낸 조상들은 민간신앙은 물론 유교니 불교니 하는 신앙 표현의 틀에 구애되지 않고 서로 어우러져 돌아가는 인연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곧 삶이라고 여겼다. 그리하여 그릇 세간물 무늬 외에도 삼태극과 십장생 곧 해 ,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의 형상을 그림으로 직접 표현하였다. 또 칠월 칠석에 칠성신을 모시는 신앙은, 곧 다섯 방위에 상하를 더하여 일곱방위신에 대한 신앙이다. 이는 사찰 산신각의 신앙행위와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오방위 신앙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고구려 강서 고분 벽화 청룡, 백호, 주작, 그리고 북방 현무도에 잘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신앙행위는 관작?복록?무병?장수를 두루 갖추고자 한 인간 바램의 소산이다. 壽와 부귀의 수복강녕 추구는, 후대에 이르러 아들을 희구하는 남아선호의 관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한국인의 현실지향성은, 시대와 지역차에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바이니, 민속의 강인함과 지속성 그 자체가 곧 인간의 역사라 하겠다. 물론 이러한 가치지향은 고려시대의 불교의 영향을 받아 어느 정도 초세간적 가치로 일면 변화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특히 왕실이나 일부 귀족층에서 더욱 초월적인 즉 출세간의 가치 지향이 엿보인다. 그러나 인간은, 몸을 받아 업연에 따라 윤회하는 인연지소생이므로 대부분의 서민층에서는 현세적 가치 추구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불보살께 올리는 향 , 등불, 꽃, 차 중 대표적인 공양물에해당하는 것은 향이다 . 여성들의 삼작노리개에 달린 향갑도 그 좋은 예의 하나라 하겠다. 이들 향은 더러움을 정화시키고 번뇌를 식힌다. 향로에 향을 지피는 분향 행위는 깨달음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니, 초파일 연등 또한 여래의 광명을 널리 베풀고 무명을 없애주고자 하는 바램이다. 이와 달리 물질 헌공에 치우치기 쉬운 신앙행위는, 물질 애착을 도리어 더할 위험이 있다. 무속에서도 이를 경계하고자 방울, 거울, 작두의 무구를 통해 인간의 간사스런 마음을 물리쳤다. 헌화 행위 또한 자비실천을 뜻한다. 민예물에 널리 사용되는 꽃은 연꽃, 모란꽃, 매화꽃, 그리고 오얏꽃도 보인다. 이는 불교와 유교를 신봉하는 선비문화가 함께 혼효된 결과라 하겠다.

특히 매난국죽과 같은 사군자 중에서 매화꽃이 빈번히 보인다. 또한 석류, 복숭아, 참외 등 과일을 형상화하여 각종 민예물에 무늬를 새긴 예가 보인다. 과일이야말로 감로불생불사의 뜻을 지닌 음식물이기에 더욱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반영하고 있다. 향을 올리고 등불을 밝히고 꽃을 가꾸는 행위를 통해, 조선인들은 복을 누리는삶을 지속시키고자 공양을 올리는 행위를 드러내었다.

조선인의 역사는 곧 물질의 안정과 마음의 넉넉함을 현실에 구현시키고자 노력해 온 세월이라 할 수 있다 . 그리하여 우리나라 조상들이 이제까지 애써 쌓아 온 삶의 지혜, 곧 생활문화의 소산인 문물 民藝物을 돌아보았다. 이를 돌아볼 때, 현대사회, 물질로 가득 채워진 이 시대의 풍요를 일러 곧 ‘채우는’ 문화라 한다면, 이 가득 채워진 문물 그 이후, 우리 인간들이 희구하는 바는 과연 무엇일까? 오늘의 풍요 속에서도 무언가 답답한 마음이 있다면........

우선 무언인가를 조심스레 덜어내고픈 마음을 내야 할 차례인가. 새로이 편안하고자 하는 마음이 진정 일어난 것이라면, 이것이 곧 이번 전시의 의의라 할 것이다.

이는 곧 “달도 차면 기운다”한 선조들의 가르침을 받아 이제 조금씩 덜어낼 차례가 아닐런지.... 이러한 마음이 든다 하면, 이야말로 욕심을 덜어낸 진정으로 넉넉한 마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