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조선인들이 즐겨 입은 한복 치마저고리는 하늘과 땅의 조화를 닮고 있다 . 열두폭 치마 는 일년 열 두 달을 담고 있고, 배래 곡선과 깃, 도련의 균형은 자연과의 조화에서 오는 편안한 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한국인의 흰옷 숭상에는 우주에 대한 신뢰 곧 정갈한 마음이 배어난다. 가진 자들이 물들인 옷을 입은 것과 달리, 선비와 서민은 백색옥색을 주로 입었다. 그러나 특별히 부모의 회갑례 회혼례의 경사스런 날에는, 나이 들어 주름진 아들 딸도 알록달록 오방색을 물들인 색동옷을 입었다. 부모의 마음을 펴드려 즐거운 미소를 지으시고져 하는 바램에서의 풍습이다. 웃어른의 강녕과 장수는 곧 집안의 복인지라, 동짓날이면 버선을 지어 일부러 양기를 딛고자 하였다. 이처럼 조상들은 옷차림에서도 효를 드러내었다.
민화폭에 그려진 조선 여인네들의 생활을 엿보자. 반짇고리에 둘러 앉아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맵씨와 솜씨를 뽐내는 골무며 바늘꽂이, 실패, 화각잣대 그리고 바늘각시 등을 만날 수 있다. 빨강 노랑 오방색으로 물들인 헝겊 위에 갖가지 무늬 곧 십장생문, 모란문, 인동초문, 보상문, 연화문, 그리고 매난국죽의 사군자문로 꾸민 반짇고리 상자에 담겨진 채 서로 보란 듯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이들 오방색은, 무신도에서도 만날 수 있다. 특히 중앙을 그 자리로 하는 황색은, 구한말 순종황제까지 지속된 왕족사회 임금이 입은 곤룡포의 색이기도 하였다. 아무나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금기의 빛깔이었던 만큼, 두레기와 같은 특별 행사에 ‘황색기’를 사용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조선의 아이들은 ‘오방 색주머니’를 차고 놀았다. 이는 동서남북중앙의 오방, 또는 전후상하 가운데의 오방에서 재수가 들어오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또 여인네들은 다섯 가지 빛깔의 헝겊 조각으로 지은 옷이며, 주머니, 보자기를 사용하였다. 이중 혼수보자기는 사주보자기, 함보자기로 불리며 한껏 자녀에게 담아 주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을 실어 주곤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藥食同源’이라 하여 음식은 곧 약이 된다 하였다.무병장수하여 건강하게 살고자하는 모든 인간의 보편적 바램이 떡 하나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멥쌀과 찹쌀을 주재료로 하여, 콩 팥 등 벽사의 의미를 지닌 잡곡과, 질병을 막아내는 잣, 호두, 밤 등의 견과류까지 결합시킨 종합적인 영양식품이 떡이다.

떡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은 그 위에 아로새기는 떡살 문양이 좌우하였다. 햇살이 퍼지는 모양을 본뜬 동그란 해무늬, 그리고 갖은 꽃문양이 눈길을 끈다. 직접 꽃을 얹어 부치는 화전은 더욱 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이른 봄 진달래꽃으로 시작하여 한여름의 맨드라미와 가을 늦도록 국화꽃을 따서 흰 찹쌀 동그라미 위에 꽃을 놓아 부친다. 윤사월 송화가루로 빚은 다식이며, 쑥의 향취를 그대로 담은 쑥구리는 자연 그대로의 빛깔을 물들여 음식의 맛과 멋을 더하였다. 단오 절기에 수레바퀴의 떡살을 살짝 눌러 새긴 수리치떡이며, 삼복 더위를 식혀주는 발그레한 오미자화채, 그리고 한가위 별식으로 손꼽히는 송편은 옛 음식의 정취를 한껏 보여준다.

또한 떡은 이웃과 정을 나누기에 매우 적합한 음식 중의 하나이다. 백일잔치, 돌잔치 그리고 잔치의 대표로 치는 혼례잔치, 그리고 회갑잔치에서 일가친척들이 돌아갈 때는, 봉개를 싸주기 마련이었다. 한지에 각가지 음식을 일일이 싸서 보내곤 하는데, 이를 ‘반기살이’라 하였다. 이때 가장 손쉽게 담기 좋은 음식이 바로 떡이다. 이처럼 전통 식생활의 백미로 일컬어지는 떡은, 서구식으로 변해가는 젊은 세대 입맛에 밀리는 듯하다. 그러나 최근들어 봄철이면 신라 천년을 지켜온 왕경 경주 보문단지에서 연일 벌이는「떡축제」가 성황이라 한다. 뿐만아니라 서울 종로거리 인사동 뒷골목 낙원가에 옹기종기 모인 떡전도 여전하다. 이를 보면, 어린 시절부터 떡을 즐겨 먹고 자란 부모세대의 자녀들 또한, 조상 전래의 떡 문화에 저절로 스며든 모양이니, 집안 어른의 식습관을 통한 전통문화 전승의 효과를 새삼 깨닫게 한다.